제주올레길7코스 : 서귀포-월평 올레
[네이버 블로그에 2014. 5. 17. 17:10 쓴 글]
벌써 3년 전이다.
혼자서 비행기를 타는 것도 처음, 혼자 여행을 떠난 것도 처음.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러 본 것도 처음, 여행 계획을 직접 짜본 것도 처음.
모든게 처음이라 많이 설레였고, 긴장했고, 미숙했던 그 여행의 기억에는
정겹게 나를 맞아주던 제주도의 올레7길이 자리하고 있다.
올레길중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가지고 있다는 올레7길.
하지만 가장 아름답다는 수식어가 제주에게 무슨 소용일까?
그냥 작은 동네안으로 들어가 천천히 걷기만 해도
어디선가 풍겨오는 라일락 향기와 아기자기 동글동글한 돌담이 사랑스러움 자체인 곳이 제주인데.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행을 만나서 올레7길을 같이 걸었었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사진처럼 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알려주는
말 모양의 안내표시나 천이 나무에 묶여 있다.
개인적으로 저 말 모양의 표시는 너무 귀엽다 :D
제주의 상징인 말을 저렇게 깔끔하고 예쁜 디자인으로 활용하다니.
나는 길치라서 저런 표시를 봐도 어디로 가야 할지 많이 헷갈리더라.
다행히 함께 간 친구를 따라 열심히 걸었었다.
올레7길을 걸으면 가까이서든 멀리서든 늘 '바다'를 볼 수 있다.
해안가를 따라 만들어진 길이라, 산속을 걸어도 반짝이는 바다가 곁을 지켜준다.
속이 다 비칠 만큼 맑고 깨끗한 것은 물론이고,
에메랄드 빛인지 옥빛인지 오묘하게 빛나는 바닷물을 보고 있으면
그 안에 손을 담가 얼굴을 시원하게 적셔보고 싶고 마음 속 까지 청량해지는 듯 하다.
겨울바다가 아니었다면 발을 담그고 찰랑거렸을텐데.
올레7코스 종점인 송이 슈퍼.
이 곳에서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돌아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버스도 있지만 올레7길을 4시간 넘게 걷다 보면 몸이 녹초가 되어버린다.
제주도는 버스를 한 번 타려면 20분은 기다려야 하는데 ;)
이렇게 얼음꽃이 피고, 초록잎도 다 떨어져 나무 사이로 보이는 맑은 하늘이 너무나 청명했던 겨울날의 여행.
무슨 날씨가 햇볓이 쨍쨍했다가, 소나기가 후두둑 떨어졌다가, 먹구름에 비옷도 날아갈 만큼 바람이 불다가.
분명 쭉 펼쳐진 길을 5분 동안 걷는데 저 뒤 사람들은 바람에 옷을 여미고 있고
나는 따뜻한 볓을 쬐며 걷다가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에 우산을 꺼낸다.
그런 변덕도 제주의 아름다움에는 흠이 되지 않는다.
불안정했던 어린 나이.
큰 시험을 앞둔 초조함과 처음이라는 설레임.
그래서 이 때의 여행은 여유로운 휴식보다는
긴장으로 조금 들떴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가 그 때 느꼈던 그 감정은 다시는 내게 오지 않을 것임을...
그래서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름이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데, 올레7길을 걸으며 제주의 발효 음료수를 먹었었다.
술은 아닌데 막걸리 같기도 하고 탄산음료같기도 한 그런 음료 한 잔을
어떤 할머니에게 사서 마셨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다시 마셔보고 싶다.
지금 마셔보면 분명 그 맛이 아니겠지만,
이름모를 그 음료수가 올레7길을 떠올릴 때 가장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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