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고요수목원(http://www.morningcalm.co.kr)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이슬을 맞아 촉촉해진 흙과 풀냄새를 맡으며 이른 아침 숲 속을 산책하는 기분과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춘천에 당일치기로 닭갈비를 먹으러 드라이브를 자주 다니는데, 근처에 있는 가평은 많이 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1박으로 코스를 계획하고 가평여행을 떠났다.
지금 살고있는 안락한 내 집을 너무 사랑하지만, 누군가가 TV에서 말하기를 사람들이 호캉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이 오래 머무르던 공간에는 좋은 기억만 있는게 아니라 상처도 묻어있기 때문에 그렇단다. 호텔에 가면 청소도 안 해도 되고, 깨끗하고 좋은 침대에서 아무 고민없이 마음껏 쉬고 올 수 있으니까. 우울하고 자신감이 떨어질수록 집에만 있는 시간들은 힘이 들고, 집에만 있으면 또 그런 기분이 들기 쉽다. 나는 반복되는 일상속에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을 생각하고 그 속에 틀어박혔다. 괴로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쳐지지 말고, 꼭 참고 열심히 내 할 일을 하자. 그 후 보상으로 이주에 한번씩 여행을 떠나자.'
첫 여행은 강릉이었고, 가평 여행은 두 번째이다. 이 계획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요즘 더 활력적이 되었고 더 많은 일을 하는 기분이 든다. 식단 조절도 잘 되는 기분이다. 가만히 앉아서 인스턴트 음식을 마구 먹어대는 것만큼 앞뒤 기분이 다른 일도 없으니까.
[1박 가평여행 코스] 아침고요수목원 - 마이다스 호텔&리조트 - 청평자연휴양림 - 남이섬
초여름의 가평 여행은 정말 아름다웠다. 가평이 이렇게 자연친화적인지 몰랐다. 아침고요수목원은 몇년 전 겨울 빛축제(이름 생각 안 남) 할 때 가보고 아주 오랜만이었다. 그 때는 밤이었고 사진 찍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어서 잘 몰랐는데, 이번에 가서 제대로 된 꽃들과 수목들을 보니 비교가 안 될 만큼 아름다웠다. 곳곳에 관리하는 사람의 정성이 묻어있고, 눈에 잘 닿지 않는 곳에도 이름모를 꽃과 풀들이 자라나 있는 사랑스러운 곳이다. 그래서 아침고요수목원은 천천히 걸어야 한다. 사진을 잔뜩 찍고 싶겠지만 그러다 눈에 담아야 할 것들을 놓칠까 조바심나는 곳이다.
매표소에서 성인 2명 19,000원에 입장권을 구매했다. 네이버페이를 통해 아침고요수목원+동물원 티켓을 팔았는데 구입하지 않았다. 아침고요동물원은 그렇게 잘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리뷰가 많았고 동물원에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출입구 쪽에는 꽃과 화분들을 파는 가게와 허브차 등을 파는 정원가게(Gardenshop)이 있었다. 제주도도 그렇고 어딜가나 허브가게가 있는데 (남이섬에도 있었다) 나는 꼭 들어가본다. 밤만 되면 왜 이렇게 목이마른지 모르겠다. 낮에 커피를 많이 마셔서 그런가. 그래서 저녁에 따뜻하게 우려 마실 수 있는 유기농 로즈힙 병차, 유기농 히비스커스 병차, 유기농 페퍼민트 병차, 찻잎을 우릴 수 있는 스틱, 새끼손가락에 묻혀 코 안에 바르면 상쾌한 호흡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롤온을 구입했다. (총 43,500원)
물론 특별한 관리가 필요했겠지만, 수목원을 둘러보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식물들이 자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철쭉부터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이름모를 꽃들까지. 특히 땅에 있는 아이들이 예뻤다. 외관상 예쁘기도 하지만 뭔가 기특한거다.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들꽃을 시의 소재로 삼았던 이유를 알겠다.
정말 이상하게 일상생활을 할 때에는 일이 하기 싫고, 공부가 하기 싫은데 여행을 오면 '정말 열심히 해야지, 책도 몇 권을 읽어야지. 운동해야지. 규칙적으로 생활해야지'하는 마음이 생긴다. 여행에 오면 그 곳을 즐겨야 하는데, 오히려 집에 놓고 온 일들이 생각나는거다. (다른 사람들도 이럴까 궁금)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봄나들이 봄꽃축제' 기간이었다. 이런 튤립꽃밭을 한국 다른 곳에서 또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 날 미세먼지가 좀 있어서 날씨도 그렇게 좋지 않았었는데. 이날 밤 눈을 감고 자려는데 머릿속에 꽃들이 두둥실 떠오를 정도였다.
무슨 보수공사중이라는데, 풍경을 해치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길을 막아놓아서 사람들이 '저기 못 들어가는거야?' 웅성거리면 꼭 누가 옆에서 '아니에요, 저 쪽 길로 돌아가면 볼 수 있어요~' 해준다.
사진을 보는데 마음이 울렁울렁한다. ㅠㅠ 여기서 포스팅을 마쳐야지. 내가 우리집 고양이 앵두를 볼 때 마구 사랑스러운 마음이 드는데, 이 꽃들을 볼 때도 그렇게 마음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어느 한 곳에만 몰려있지 않고 여기저기 거닐고 있고, 산에 길을 터서 조금 걸을 수 있게 해 놓아서 나름대로 짧은 등산을 즐길 수도 있다. 양반집 한옥을 재현해 놓은 곳도 있었다. 식물에게 물을 주려고 곳곳에 스프링쿨러가 돌아가기도 한다. 흔들다리(?)도 있다.
수목원이라고 하면 '에이 무슨 여행인데 수목원을 가자고 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 걸어다니는 내내 꽃향기가 솔솔나고, 새소리와 물소리가 가득한 이 곳. 힐링이 필요하다면 '아침고요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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