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기만 할 때는 노는게 좋은 줄 몰랐다. 놀 여건이 되어서 놀았던 거지만, 아무런 의무없는 생활은 보람이니 성취니 하는 것을 떠나 사람을 물에 젖은 휴지처럼 축축 늘어지게 하는것이 문제다. 근데 일에 끌려다니는 삶도 싫다. 예전에는 성취하려고 밀어붙이는 삶이 멋져보였다. 근데 이제는 아니다.
오늘 동생을 만나고 왔는데 왜 이렇게 얼굴이 안좋아졌냐고 한다. 헬쓱해 보인다고.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엄청 먹어서 쪘는데 그래도 얼굴이 반쪽이 된 것 같다고.. 와. 진짜 스트레스의 힘은 짱이다. 직장인들 다들 어떻게 웃고 다니세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번 여행의 코스는 내가 짰다. 1박 2일이기에 많이 넣을것도 없었지만 휴양림을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었다. 예전에 '죽녹원' 가본적이 있었는데 산림욕이라는게 선선하니 참 좋았어서. 웃긴건 마이다스 호텔을 나와서 '청평자연휴양림'을 네비에 쳤는데 3분 걸린다고 나오는거다. 알고 보니 호텔 바로 앞에 있었다.
입장료도 받았다. '산'치고는 꽤 많이 받아서 뭔가 했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관리인의 손길이 곳곳에 닿아 있는 걸 보고 운영비를 받는구나 했다. 입장권을 구매하면 커피를 무료로 준다고 하셔서, 우리는 바로 카페를 찾기로 했다. 여기 카페는 딱 하나밖에 없다. '카페 그레텔'이라는 곳이다.
체크아웃하기 전에 잠깐 산책이나 하려고 들른건데, 생각보다 훨씬 잘 꾸며진 곳이었다. 우선 산책로가 잘 꾸며져있고, 이렇게 아기자기한 매력도 있다.
커피를 주문하는 곳에 계시던 남자 사장님은 그림도 그리시는지, 카페 곳곳에 고양이 그림이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 저 계단을 올라가는데.. 어디서 애옹하는 소리가 들려서 뭐지 했는데
이 분들이 계셨다....!! 사진에는 없는데, 내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러서 얘네들이 더 놀랐다. 아마 남자 사장님이 이 아이들을 케어해주시는 것 같다. 아이들이 목걸이를 걸고 있고 사료도 있는걸 보니.
둘 다 사람을 피하지는 않았는데, 왼쪽 얼룩이가 어딘가로 자꾸 사라져서 따라가봤더니 새끼 고양이 두마리가 있었다. 좁은 곳에 들어가 있어서 가까이 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약수터길을 따라 산림욕을 한다고 신나서 걷게 되는데.... 두둥. 날씨가 너무 좋고 여기오기 너무 잘했다며 기분좋게 시작한 산림욕은 곧 공포의 산림욕으로 변하고 만다. 초여름이어서 공중에 매달려 계시는 애벌레들 ㅠ (정확한 명칭 모름.) 은 걷다가 내 눈앞에 있으면 피하면 되었다. 대체 투명한 줄을 어디서 타고 이렇게 내려와 둥둥 떠다니시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중 한분은 차타고 서울까지 따라왔다. 차를 탔는데 이상하게 다리가 간지러운거다. 발목쪽이 계속해서 간지러웠고 건조해서 이런가, 벌레가 물었나 하고 2시간을 운전해서 내려왔는데. 주차하고 내리려고 보니 내 청바지 위로 연두색의 그 분이 꿈틀거리고 있어서 소리지르면서 차문 열고 내렸다. 정신을 잃고 막 소리지르면서 쳐냈는데 ㅋㅋㅋㅋ 얘가 떨어졌으면 아스팔트 바닥 위에 있어야 하는데 안 보이는거다. 내 옷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 잘 살펴보니 이번엔 내 스니커즈 위에!! 미친듯이 발을 굴렀더니 바닥에 떨어져 꿈틀대며 어딘가로 향하는 애벌레. 얘는 가평에서 서울까지 온 얼마 안되는 벌레들 중 하나다. 우리 아파트에도 나무가 많으니 잘 살아봐;
그리고 청평자연휴양림은 숙소도 있고, 수영장도 있다. 숙박하면서 지내도 된다. 우리는 구경만 할거라 차를 주차장에 대고 걸어올라왔는데, 숙박하는 사람은 차를 가지고 올라갈 수 있게 길이 마련되어 있다.
약수터길을 따라가다 보니 이렇게 전망대도 보이고 북한강 옆 마이다스 호텔도 보이고 좋았다. 애벌레의 습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름 잘 견디며 산행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친구가 '엄마야!!!' 하고 소리를 지르며 껑충 뛰는거다. 나도 너무 놀라서 '아 진짜 왜그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라고 주춤 물러났다. 그렇게 밑을 보니. 뱀이 ㅋㅋㅋㅋㅋㅋ꿈틀거리며 우리가 걷던 흙바닥에서 숲속으로 기어가는거다.... 사진을 찍어서 증거로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 사진을 찍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끼친다. 나름대로 체력이 있다고 자부하고 등산도 자주 하는 우리인데, 산에서 뱀을 본 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애벌레 피하려고 공중만 잘 피하면 되었는데 이제 우리는 바닥까지 보고 가야 할 위기에 놓였다. 더 이상의 산행은 공포스러웠다. 초여름에 원래 뱀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동면에서 애들이 깨어났다나. 그래서 골프장에도 공을 주으러 산에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판이 있다고. 돌아가야 할 길이 먼데, 더이상 애벌레 무리를 피할 힘도, 뱀을 조심할 기운도 모두 소진되어 차가 다니는 시멘트 길로 걸어가자고 했지만, 친구는 여기 온 이상 산림욕을 해야 한다고 피톤치드가 그렇게 몸에 좋다며 내가 앞장서서 벌레들을 모두 맞을 테니 산길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 와중에 치톤피드인지 피톤치드인지 말장난하고 싶어하는 너란 사람.
그 와중에 귀여운 다람쥐도 두 번인가 보았지만, 뱀이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별로 위로가 되지 못했다 ㅠ 사진속에서 찾아봐라 다람쥐. 그래도 청솔모가 아닌 다람쥐를 봐서 기뻤다..
다시 돌아오니 치즈냥이는 편하게 낮잠을 자고 있었다....
평온한 바다는 결코 유능한 뱃사람을 만들 수 없단다 ㅠㅠ 나 그래서 고생한거야?
빨리 체크아웃을 해야 해서 짧은 길을 선택해서 돌았지만, 더 긴 산행코스도 있다. 나는 계절상 곤충들과 뱀 때문에 힘들었지만, ㅠㅠ 그게 아니라면 걷기 좋은 휴양림이었을 것이다. 짧게 들른 곳인데, 스토리는 많은 곳으로 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소중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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