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의 용진각 대피소' 태풍때문에 소실되었다고. 본격적으로 정오를 지나며 태양은 쨍쨍 빛나기 시작했다. 더워서 바람막이를 입고싶지 않은데, 반팔을 입고 있자니 피부가 익는게 느껴져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선크림을 목에도 잘 발랐다고 생각했는데, 티셔츠 목 부분은 놓쳤는지 나중에 보니 그쪽만 둥글게 빨갛게 탔다.
이 지점을 지나면서 나는 점점 지쳐갔다. 벌써 정상을 거쳤는지 이 코스 (관음사)로 하산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대체 몇시에 나오신 거에요...?
점점 느껴지는 관음사 코스의 진풍경! 지겹던 바위계단이 끝나고 이번에는 나무계단이 시작된다. 돌계단보다 나무계단이 훨씬 낫다. 돌 계단은 정말... 발을 너무 혹사시킨다. 돌들이 평평한 것도 아니고 크기며 생김새가 제각각이라서 발에 무리가 많이 왔다. 이래서 등산화 신으라고 하는건데 ㅠㅠ
그래도 날씨는 환상적이고, 미세먼지도 없고, 땀이 나고 더웠지만 오를수록 바람은 시원했다.
이런 식으로 제멋대로 생겨서는 뾰족하기까지한 돌들을 계속해서 밟고 올라가야 했다. 나무판자가 나와주면 한 번이라도 더 밟으려고 노력했다.
그 힘든 와중에 피어난 노란 꽃이 예쁘다고 사진을 찍었구나.
정상에 다 와가면 느낌이 온다. 왠지 더 오를 곳이 얼마 안 남았다는 느낌이. '정말 다 온 것 같은데' 애태우다가 하산하는 남자분에게 얼마 남았냐고 물어봤는데 알고보니 중국인이었다. 투미닛 남았다는 말에 땡큐!! 하고 10분인가를 더 걸었다. 원래 등산객들은 다 사기꾼이라고 한다. ㅎㅎ
까마귀가 참 많음
그리고 정말 정상이... 정상이 보일 듯 계단이 점점 평평해지더니 정상이었다!!
그 때의 기분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런 기분 ^^
정말 너무 힘들었고, 중간에 올라오다가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결국 끝까지 왔다.
두근두근.
처음 만난 백록담은 고맙게도 안개며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른 모습이었고, 그 안에 담긴 초록물이 바람에 따라 물결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청량하고 고고해보였다. 셀카를 잘 찍지 않는데 이곳에서 엄청나게 찍어댔다 ㅎㅎㅎㅎ
하산은 성판악이었다. 마찬가지로 돌계단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ㅡㅡ 심각하다 심각해.
정신을 놓고 무조건 빨리빨리 한 시간 쯤 내려가니 보이는 팻말. '여기서부터 3~4시간 소요됩니다^^' 와. 한라산 짱이다. 이 쯤되니 정말 한라산에 질려버렸다 ㅠㅠ 백록담이 그렇게 좋았는데도 다시올까? 하는 물음에는 절레절레였으니 ㅋㅋ버텨준 나의 체력이 고맙다...
감격의 성판악 입구에 도착. 한 시라도 빨리 쉬고 싶어 택시를 탔는데, 네이버 길찾기로 계산했을 때 나오는 금액은 2만원이었는데, 3만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하셨다. 여기까지 올라올 일이 없는데, 멀리 가려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온 것이라며 미터기에 따라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최소 얼마는 내야 한다는 것. 게다가 미리 '서귀포시'로 간다고 말씀드렸는데, 우리가 가는 호텔은 행정구역으로는 서귀포시인데 실제로는 아니니 요금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그런 말씀들을 하셨다. 미터기에 따라 요금을 내야 하는게 맞지 않냐고 여쭈어보니, '그러면 여기까지 안 올라오죠' 라고 하신다.
그 이후로 제주도가면 택시 진짜 안 탐 ㅋㅋㅋㅋㅋ안타면 된다 이거에요.
중간에 전원 나가서 보조배터리로 다시 살렸으니 저기에 2,000보정도 더하면 될 듯. 하루 4만보는 처음 걸어보는 것 같다... ㅎㅎ오른층계 243층. 돌계단과 나무계단의 콜라보..!
호텔에 도착하니,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 이용한 호텔은 'WE호텔'
한라산은 무지무지하게 힘들지만, 어디가서 자랑할 수 있을 만큼 큰 경험이었다. 요가원에서 나 체력좋아서 10시간 걸려서 한라한 정상까지 다녀왔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우와- 해주었음. 도전하길 잘한 내 20대의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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