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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내 여 행/제주도

내가 제주를 사랑하게 된 이유 (천지연폭포/이중섭거리)

by 코코크러쉬 2019.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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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여행을 떠난다. 20대 초반은 '여행'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설레는 시기였다. 해외여행에 못 가본 것이 너무나 한스럽게 느껴졌고, 그래서 어디든 떠나고자 저가항공을 불나게 검색했다. 얼마나 어렸었는지, 숙소 예약을 하면서도 내가 제대로 예약한게 맞는지, 당일날 '예약내역이 없는데요' 소리를 듣게될까 걱정했다. 지금이야 제주도를 간다고 하면 간단한 배낭에 최소한의 짐만 챙겨가지만, 그 때는 여행이라면 꼭! '캐리어'를 들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다ㅎㅎ

 

스무살 언저리, 내가 '제주도에 가야겠다'하고 마음먹는 건 뭔가 큰 일이 있다는 뜻이었다. 가장 첫 여행은, 편입시험을 보기로 마음먹고 앞으로 1년 내내 놀 수 없으니 마지막으로 여행을 떠나겠다고 마음먹은 겨울이었다. 지금보니 정말 성실하고 착했다. 그 때처럼 공부하는건 이제 못하겠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번아웃이 왔다. '왜 나는 더 노력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던 시절, 사람은 평생을 죽을것처럼 노력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지 않았다는 것을 배웠다. 

 

그 후에는 스물 네살 때, 여자친구가 있는 이상형의 남자에게 지독한 짝사랑에 빠졌던 때였다. 애인있는 남자에게 추근덕거리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아무런 액션을 하지 않았고 몇년 간 괴로운 시간이었다. 그 때는, 사랑이라고 여기던 그 때의 갈급한 감정이 내 안의 결핍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근데 내가 이렇게 된 게, 그 남자가 나에게 엄청 끼를 부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괜히 그랫겠냐고~

아무튼 나는 많이 외로웠고, 결핍도 많은 어린 사람. 그 남자는 듬직한 체격에 다정한 성격. (지금 생각해보면 걍 쫌생이에 바람둥이가 아니었을지...)  무의식적으로 나는 그에게 기댈 수 있기를 바랬던 것 같다. 덩치와 마음의 넓이는 같지 않은 것을... ㅋㅋㅋㅋ 

어쨋든 스물 네살 때의 여행은 '그를 잊기 위한' 여행이었다. 생각하는게 참 깜찍하죠. 여행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그러면 마음이 정리되나? 오히려 더 감성적이 되어서 돌아왔다. 얼마나 지독하게 짝사랑이라는 걸 했는지, 몇년 간 꿈에도 나왔다. 사랑이라는 건 나중에 알고보니, 편안하고 안정된 거였다. 

 

그 두 번의 여행으로 제주는 나에게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나는 입만 열면 친구들이며 애인에게 제주도 타령을 했다. 야 제주도 진짜 좋아. 올레길 안가봤다고? 대박인데;; 

소심하고 친구도 별로 없던 내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모르는 사람과 잘 지내보려고 애썼던 그 용기, 열심히 공부해보겠다고 제주도에 가서도 '내년 1월1일부터 난 수험생이야'하고 다짐했던 그 노력.. 제주도는 나의 모든 것을 받아주었다. 너무 고맙게도. 

 

만약 제주도가 아니었다면, 나는 20대를 어떻게 견뎠을까?

20대 초반 갑자기 어른이 되어 맞닥트린 세상이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을 때마다 날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던 제주. 이제 나는 여행이라는 단어에 덜 설레이고 덜 감성적인 사람이 되었지만, 제주여행은 나의 20대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다. 

 

24살 떠났던 제주 서귀포 이중섭 거리 (이중섭 미술관), 천지연 폭포 사진들.

 

 

 

 

 

 

 

블로그하고 사진 찍어서 보관해두기 진짜 잘한 것 같다.

감회가 새록새록 ㅎㅎㅎ

그 때로 돌아가 혼자 여행하던 나를 꼭 안아주고 싶다.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은 그 때의 나 덕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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