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이렇게 전체지도와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는데, 대부분이 '중' - 중간난이도이다.
그동안 다리는 아프지만 무난하게 올레코스 끝까지 걷기에 성공했던 경험으로,
어려워봤자 얼마나 어렵겠어 하며~ 올레 9길을 도전하게 되었다. ㅋㅋㅋㅋㅋ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1시간 가량 달려 도착지에 내리니 (마을버스로 한 번 갈아탔다.) 예전에 갔었던 베이힐 풀앤빌라가 나왔다. 아니 버스로 이렇게... 접근성이 좋은 곳이었다니! 베이힐 풀앤빌라 짱좋다. 뭣모르고 갔었을 때도 좋다고 느꼈는데, 알고보니 정말 좋은 곳이었다. ㅎㅎ 거기서 조금 더 걸어 올레9길 출발점으로 가야 했다.
우연히 발견한 이 식당에서 보리밥정식을 먹음. 제육볶음이랑 여러가지 나물 맛있다~!
버스정류장에 '09코스 시작점 찾아가기' 표지판이 보임
이날의 날씨는 우중충해서 아쉬웠지만 제주도에 왔으니 기분은 산뜻한 것 ㅎㅎ
오메나? 익숙한 식당이 보여서 보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 하이킹여행 때 땡볕에 자전거 끌고 엄청 고생하다가 겨우겨우 찾았던 식당 '해조네' 였다. 해조네는 낮에는 식당 (어머니가 운영) 밤에는 술집 (아들이 운영) 이라고 했다.
드디어~! 올레9길의 시작점인 대평포구에 다 왔다. 올레8길 너무 익숙하다... 거의 우리동네같음.
까만 제주길냥이가 왔다갔다 하고 있는 것을 포착 :)
올레9길 시작점. 이 때 물을 사러 어딘가로 갔어야했는데...
스탬프는 항상 보면 찍고 싶은데.. 종이는 없고 ㅋㅋ 손에 찍으면 겁나 번진다.
올레9코스 혼자걷기 추천하지 않음. ㅠㅠ 둘이갔어도 현기증나고 하늘이 막 돌았는데 혼자였으면....? ;;
오후 3시 이후 진입금지.
근데 그것도 좀 늦은 듯 하다. 6시면 깜깜해지기 시작하는데 올레9길은 등산이라서 빨리올라갔다 빨리 내려와야 한다.
오른쪽에 난 절벽길. 난 내가 저길 걸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편한바지 입는다고 발목이 드러나는 트레이닝복같은걸 입었는데 정말 오류였다~
높게 자란 풀들이 내 다리를 매우쳤고 해충기피제까지 입구에 있는 것을 보니까 풀숲에서 살인진드기 같은게 나올 것 같아서 더 찜찜했음. 일단 듬뿍 뿌렸다.
ㅎㅎㅎ 왜 힘든 산길을 걷기 전에는 항상 물이 없는걸까? 탈수의 공포를 겪고싶지 않아서 정말 물과 음료를 사려고 했는데, 주변 가게가 다 문이 닫아있었다. 횟집밖에 영업하는 곳이 없었다. 대평포구에 원래 카페 많은데... 가까운 곳은 다 문이 닫아있고, 또 멀리 나가려니 올레길 걷기전에 체력 다 소진할 것 같아 (이미 30분가량 걸어옴) 에이 그냥 3시간 빨리걷자 하는 마음으로 산길을 올랐다.
사실 산길이 3시간 내내 계속되는건지 몰랐다.. 다른 올레길처럼 1시간정도 걸으면 편의점이나 카페가 나오겠지 했는데, 올레9길은 끝까지 정말 구멍가게 하나 없다.
이런거 왜 미리 안알려주는지 모르겠다. 표지판에 좀 써주지....ㅠㅠ 플리즈. 운동 평소에 안 하시는분들은 많이 힘들것같다. 중간에 내려갈 수도 없고. 사실 내가 진심으로 중간에 내려가고 싶었다 ㅋㅋㅋ 근데 밑에나오는 이 말길을 다시 내려갈 자신이 없음
몰질 (말길) 저 좁다란 길이 올레9길의 시작이었다...두둥
고려시대 말이 다니던 길이라고 한다. 대평포구에서 원나라로 데려가기 위해 이 길을 만들었다고.
딱 말이 다니라고 만든 길처럼 생겼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가자니 기분이 묘했다.
한 사람만 걸을 수 있을만큼 길이 좁은데, 가파르기까지 하다. 무성한 나뭇가지때문에 머리를 숙여야 할 정도의 구간도 있었다. 꽤나 고역임.
저 좁은 구멍으로 들어가서 걷는데,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서 바위가 미끄럽기도 했고 아주 작은 크기의 하얀 버섯들이 곰팡이처럼 자라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생김새의 작고 큰 벌레들도 기어다니고... 으악!! 위에서는 가지들이 내 머리며 팔들을 치고, 매우 심난하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쨍쨍한 여름날이어도, 바다를 향해 물이 흐르고 있는 것인지, 그늘때문에 마르지 못하는 것인지 습기가 낀 바위가 기억에 남는다. 내 손보다 큰 왕버섯도 하나 나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와는 다른, 말료 표현하기 힘든 그런 느낌이었다. 나뭇가지들이 나를 치는게 가장 힘들었는데, 드디어 평지가 나왔다. 하지만 좋아할일이 아니었음을... 이 때 되돌아갔으면 개고생안했을텐데!!
이끼 낀 바위와 나뭇가지 공격이 끝나고 평지가 나왔다.
이번에는 다리가 공격을 당했다. 진드기라도 다리에 붙을까봐 신경이 쓰였지만 최대한 빠르고 강력하게 걸었다. 벗어나자 벗어나자...!
멀리서는 바다가 보이는데, 왜 이렇게 맘이 편하지 못할까요...? 몰질(말길)의 야생스러움에 약간 충격을 받아, 약간 넋이 나갔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올레9길 끝날쯤되면 사람이 있는데, 올라가며 두 시간 넘게 정말 단 한명도 없었다. 소떼를 이끄는 아저씨를 제외하면. 약수터도 당연히 없다. (오열)
쉬라고 평상을 뒀는데, 앉고 싶지가 않다. 그런데 날씨가 정말 안 좋았구나.
이 때까지는 그래도 '걸을만하네!'하며 걸었다. 이 때라도 다시 내려갈걸....ㅎㅎㅎ
와 바다 예쁘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ㅋㅋㅋㅋㅋㅋ억지로 감탄하며 걷기. 습하고 더워보인다.
여긴 그래도 꽤나 걷기가 수월했다.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인지, 올레9길은 잡초정리가 잘 안되어 있다. 사람이 많이 걸으면 자연스럽게 길이 생기는데, 이 길들은 발길이 잘 닿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었다.
볼레낭 길이구나 ㅠ 이런 표지판을 볼 때마다 내가 가고는 있구나 해서 위안이 되었다. 그런데 좀 더 빨리 걷고 싶다구요 ;; 이런 표지판을 제주도에서 올레길 걸으며 본다는게 원래는 참 설레고 기쁜 일인데 여기서는 왜 여기까지밖에 안왔나 힘들었다.
봉수대... 빨리..
더 높아졌다. 거대한 바위... 아름답구나....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산을 타기 시작하면서 목이 마르고 너무 더웠다 ㅠㅠ
제주의 위력을 경험한 것 같다..
와... 예뻐.... 시원한 얼음물 먹고 싶다 ㅠㅠ
ㅋㅋㅋ 구름이 걸친 산이 참 예쁘지? 나는 부정했다. 저 고개를 넘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와~ 넓다 ^^
이거 보고 기절할 뻔했다. '소와 말을 만나면 안전에 유의하세요'...? 어떻게 유의해야 하는지는 왜 안알려주시나요???? 사진에는 잘 안보이는데 짐승이 지나갈 수 없도록 사람만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이런 보조물을 만들어 놓아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빠져나가야 하는 문이 몇 개 있었다. 문에는 당연 거미줄 쳐있고 ㅋㅋ 멧돼지 나올까봐 무서웠다. 체력이 후달리는 상황에서 극한 공포감이 밀려왔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우거지다 우거져...
엄청 힘들게 많이 걸었는데 겨우 3키로밖에 안 왔단다 ㅠㅠ 배낭을 멘 등이 점점 땀으로 축축해지고, 덥고 습한 날씨에 목이 말랐다.
갈수록 산은 험하고 가파르고
사진을 찍어야할 듯한 풍경이라 찍긴 찍는데 하나도 반갑지가 않고 ㅎㅎ
아,, 이런 동굴이 나왔는데 만장굴 같은 느낌이 아니라 정말 자연 그대로의 동굴같았는데 무서웠다. 안덕 월라봉 일제 동굴진지라고 하는데, 태평양전쟁 막바지 -1945년- 군사시설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들어가볼까 하고 한걸음 내딛었더니 기온이 5도는 떨어진 듯 서늘해졌고, 벽을 가득 덮은 식물을 보니 도저히 겁이나서 바로 나왔다. 바닥도 진짜 미끄러웠다. 올레9코스는 뭐든 클라스가 다름.
드디어 계곡이...! 이 다리를 보며 뭔가 끝났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고 갑자기 없는 에너지가 조금은 솟는 것 같았음.
이렇게 다리를 건너면 마을이 나오고, 마을을 벗어나면 편의점 하나쯤은 있다는 뜻? ㅎㅎㅎㅎ신이나서 다리를 건넜는데, 올레깃발이 나오지 않았다. 네이버 길찾기 어플을 켜보니 길을 잘못 들은 것 -.-
다시 힘들게 계단을 올라가니 화살표가 여기 있었다 젠장 ㅋ 몇걸음 손해본거?
여기서부터 등산하는 분들이 아주 힘든 모습으로 ; 인사를 하며 한 두분씩 지나가셨다.
소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혹시 산을 타다가 소떼와 마주친 적이 있으신지요??? 순한 동물이라는건 알고 있는데 마주치면 우리를 따라올까봐, 소떼가 전부 지나갈 때까지 지켜보며 기다렸다.
가는 길이 정해진 것 같았다. 어느 한 지점에 소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올레9길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에게 계속해서 충격을 주었다.. 말을 안 마주친게 다행인가 ㅋㅋㅋ
ㅠㅠ 눈물난다. 황개천. 이 쯤이면 산을 벗어나 산중턱에서 탈수상태가 되어 쓰러질 걱정을 벗어난 상태였다. 정말 산에서 계단으로며 철푸덕 앉아서 쉬고... 우리 다시 내려가야해 말아야해 고민하고.. 산이 엄청 높아보이니까 탈수올까봐 걱정되고 진짜 탈수가 온 것 같고.
사람이 냉동차 안에 갖혔는데 실제로는 실온 온도였는데도 자기가 냉동차안에 있다는 생각때문에 얼어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거랑 비슷했다
다온줄 알았는데 중간스탬프 ㅋ 내가 여기까지 걸어온게 겨우 중간이었구나~^^
현재지점 7.0km!!!!! 앞으로 0.5km만 걸으면 된다니.... 와. 올레9길은 정말 내가 걸어본 올레길 중 가장 힘들었다. 산 정상쯤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계속 걷지도 못하겠고, 물 안가져온 내가 잘못임. ㅎㅎㅎㅎ그러나 올레9코스의 남다른 수준도 알아줘야 한다...
내려올 때는 '우리 이제 정말 산 벗어나!! 이제 거의 끝이야!' 네이버 길찾기 어플을 보며 주문을 외우며 거의 달리듯이 내려왔다.
올레9길...아마도 다시는 안 갈 것 같다 ㅎㅎ 그래도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니 행복한 여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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